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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생활

소설책추천, 베스트셀러 소설 '시선으로부터'

언젠가부터 SNS에 자주 보이기 시작한 책이 한 권 있었습니다. 

정세랑 작가님의 ' 시선으로부터,'. 

처음으로 읽은 정세랑 작가님의 책인데요, 이 책을 시작으로 아주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책의 키워드는 < 하와이, 제사, 가족 >입니다. 

어떤 연관성을 찾을 수 있으시겠어요? 

저는 이 세 단어만으로 연결고리를 당최 찾을 수가 없었어요. 

'하와이에서 제사를 지내는 가족?' '한국에서 드리기 싫은 제사를 굳이 그 좋은 하와이까지 가서 해야 하나?' 

온갖 의문이 난무하던 중 궁금해서 구입해 버렸습니다.  

역사와 예술, 상처와 회복,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독자를 20세기와 하와이와 뒤셀도르프에 동해 번쩍, 서해 번쩍 데려다 놓습니다. 

정세랑 작가 특유의 확장하는 스토리리에 이 많은 것들이 한 권의 책에 담겨 있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고요. 

 

 

 

 p.335, 역시 장편이라 두께가 있어요. 

 

초판 1쇄  2020년 06월 05일 
초판 5쇄  2020년 07월 28일 

 

한 달새 5쇄인 것을 보니 역시 정세랑 작가의 파워와 <시선으로부터,>의 인기는 대단해 보입니다. 

2020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소설 부문에 계속 노미네이트 되는 것을 봐도 충분히 알 수 있고요. 

5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들여 나온 책인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무엇보다 20세기를 살아낸 여자들에게 바치는 21세기의 사랑이다"

 

띠지에 적혀있는 문장인데요, 저는 이 한 문장이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20세기보다 조금 더 나은 시대를 살고 있는 21세기의 여자들이 좀 더 나은 시대를 살 수 있도록 20세기를 힘껏 살아내 준 20세기의 엄마와 할머니를 기억하고 있거든요. 

추억하며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방식으로 기억하고 공감하고 위로하며 연대하고요. 

20세기 예술계의 권력의 작동 방식 속에서 살아남은 한국의 여성 예술가, 심 시선이 남긴 DNA. 

21세기의 후손인 딸과 손녀가 할머니를 떠올리며 적당히 영향받으며, 자신들의 삶을 살아내는 이야기랄까요. 

 

그리고 

"21세기에 여전히 20세기를 살아가는 여자들을 향한 20세기를 과감히 뚫고 지나온 여성의 다정한 응원이자 격려다"

고 덧붙이고 싶습니다. 

 

 

 

<줄거리>
가부장적인 사회와 미술계에서 큰 영향력일 미쳤던 심시선의 사망 후, 자녀와 손주들이 심시선의 흔적이 있는 하와이에서 제사를 지내기 위해 간다. 제사상을 차리며 심시선의 흔적을 찾기 위함이 아닌 하와이를 여행하며 기뻤던 순간, 이걸 보기 위해 살아 있었구나 싶게 인상 깊었던 순간을 수집해 그 순간을 상징하는 물건이나 경험, 혹은 공유하는 것으로. 

 

저는 이 신박한 제사 방법을 듣고 발을 굴렀어요. 

"역시, 그렇지, 보통 제사라면 이야기를 끌고 갈 수가 없지."

굉장히 궁금해졌습니다. 이 사람들이 하와이를 어떻게 누리게 될지요. 

 

 

심시선으로부터?

심시선에서 뻗어 나온 사람들로부터? 

심시선의 시선으로부터?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어쩌면 이 모든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 

 

 

 <등장인물 > 

 

아,  이 사람들이 도대체 몇 명이냐면요.

여기 초입에 <심시선 가계도>가 떡하니 적혀 있습니다. 

 

 

저는 정말 이 가계도가 아니었으면 길을 잃었을지도 모르겠어요. 

등장 인물도 많고 이름이 비슷해서 누가 누구인지 따로 가계도를 작성해야만 했을 거예요. 

중반이 넘어갈 때까지 이 가계도를 계속 뒤적여가며 봤어요.

이렇게 친절한 가게도 감사합니다 :) 

 

 

이 많은 인물 중 저는 화수가 가장 마음에 남습니다. 

심시선과 가장 비슷한 아픔을 경험한 인물로 고통을 통과하며 이미 극복한 심시선을 더듬습니다. 

심시선이 밟아 온 길을 되짚으며 화수만의 방식으로 다시 일어날 준비를 하게 되고요. 

마치 한 알의 씨앗이 죽어 열매를 맺듯 이미 세상을 떠난 할머니가 손녀를 살리는 것으로 보였어요. 

혈육을 넘어 여성이 여성을 살리는 이야기이고요. 

 

 

아, 그리고 하와이의 말라사다 도넛! 

 

 

 

워낙 유명해서 하와이에 간다면 꼭 한 번씩 가본다고 해요. 

포르투갈에서 물 건너온 도넛으로 하와이의 인기 디저트이자 간식, 오리지널이 가장 인기지만 초코 크림이나 딸기 시럽이 들어간 것도 있다고 해요. 

말라사다 도넛을 맛본 후, 제사상에 올리기 위해 먹었을 때 가장 맛있는 시간과 왕복 거리를 계산까지 하며 공수해 오는 심시선의 사위 태호의 열심히 귀엽고요. 

빵순이인 저는 빵에 그렇게 진심인 태호의 마음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이 꼭지를 읽고 저는 버킷리스트가 생겼어요. 

하와이에 가면 꼭 이 말라사다 도넛을 먹어보려고요. 

말라사다를 먹기 위해 하와이에 가고 싶어 지니, 지금도 침이 꼴깍 넘어갑니다. 

 

인물들 마다 저마다의 기질과 성격대로 각자의 기쁨을 찾아가는데요,

가족이지만 놀랍도록 다양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세계관> 

 

정세랑 작가님의 모든 소설엔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세계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성, 지구, 자연, 연대로 누군가는 '에코 페미니즘'이라 부르기도 한다고 하네요. 

 

< 에코 페미니즘 >
생태학(ecology)과 여성주의 (feminism)의 합성어.
여성해방 운동과 자연 해방 운동을 추구하는 이론이며 운동.
여성과 자연을 동일시하며 사회에서 수동적, 억압적 대상으로 남성 중심의 억압적 사회 구조에서 성의 조화를 통해 모든 생명체가 공생하자고 주장.  - 문학비평용어사전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책에서는 늘 환경 문제가 등장하고 자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정세랑 작가의 관심사인 조류에 관심이 있는 해림이 등장하고요. 

종종 등장인물의 성별을 알 기 어려운 인물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지수가 파도타기를 하며 만난 체이스, 지수는 결국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체이스와 칠레 연안에서 침몰한 유조선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야생동물의 바다새나 펭귄을 씻기는 일을 하러 떠나기도 합니다. 

 

저는 정세랑 작가님의 책을 보기 시작하면서  환경과 지구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왜 그렇게 관심이 없었을까, 지구에 미안한 마음도 갖게 되었고요. 

저 같은 사람이 많을 테니 많이 알리고 이야기하고 더 많이 공부하기로 다짐도 하고요. 

 

 

 


 

...  옆으로 누워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한쪽 팔에 쥐가 나는 줄도 모르고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 저린 팔을 주무르며 생각했다. 내 생에 이토록 한국의 현대사를 정통으로 관통하는, 그러면서도 경쾌함과 꼿꼿함을 잃지 않는 인물을 본 적이 있었던가.  - '소설가 박상영' 추천사 

 

역사와 예술계와 사람과 삶의 이야기를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게 경쾌하게 다루는 것은 정세랑 작가님 특유의 재치와 필력 덕분일 거예요. 

무겁다면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경쾌하고 유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게 다루고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됩니다. 

저도 아껴 읽으려고 작정했지만 매번 계획이 무너졌거든요. 

 

 

집콕 시대, 집에서 따분한 시간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 ' 읽으며 즐거운 독서 생활하세요. 

아주 재미 있어요, 강력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