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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생활

믿고 보는 정세랑의 역사, 목소리를 드릴게요

<지구에서 한아 뿐>, <시선을 드릴게요>를 읽은 후 정세랑 작가의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정세랑 작가의 책은 다 읽어야겠다는 목표가 생길 만큼요. 

소설이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었는지 새삼 깨달았달까요.

무료한 코로나 시대, 기분을 환기할 만한 책을 좀 읽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독서인데 다 챙겨 읽고 싶은 소설을 쓰는 작가가 생기다니, 굉장히 기뻤습니다. 

저는 덕후 기질이 농후한 사람이라 또 하나의 덕질 거리가 생긴 것에 신바람이 났지요. 

왜냐하면 덕질은 '덕통사고'가 나야 가능한,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녀가 쓴 책 권 수를 세어보며 더 읽어야 할 책이 남아있는 것에 가슴이 두근두근, 신이 났습니다. 

 

그 후 <보건교사 안은영><목소리를 드릴게요>를 구입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읽었고요. 

정세랑 작가의 책들을 다 읽고나면 무슨 재미로 사나, 불안함이 떠오른 것을 보며 진정으로 찐 팬의 길로 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요. 

작가까지 덕질을 하게 될 줄이야,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훗훗 

 


오늘 포스팅은 <목소리를 드릴게요> 입니다. 

 

 

<목소리를 드릴게요>는 단편을 모아 놓은 소설집입니다. 

개인적으로 단편은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처음엔 읭? 했어요. 

정세랑 작가님 책은 내용이 뭔지, 장편인지 단편인지 그 어떤 사전 정보 없이 그냥 덮어놓고 구매했기 때문에 단편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거든요. 

조금 아쉬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읽다보니 또 단편만의 매력이 있더라고요. 

잠들기 전 침대에서 책을 틈틈히 읽기 때문에 잠깐씩 읽기에도 좋고요.  

 

 

 

총 8개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작품 해설, 작가의 말, 수록 지면까지 더해 269 페이지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벌써 초판 5쇄 발행까지 되었고요. 

정가는 14800원, 대형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10% 할인가로 13320원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단편이지만 모음집이기 때문에 두께가 아주 얇지는 않지만 가벼워요. 

그리고 표지도 예쁘고요. 

커버에 있는 캐릭터들이 단편집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더라고요. 

처음에는 화려하고 감각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커버는 다 계획이 있었어요.

다 읽고 나니 보이는 것들이 있네요. :) 

 


 

두 번째 이야기  '11분의 1'까지 읽고 나서 뭔가 혼란스러워졌습니다. 

그녀의 상상은 우주 저 너머까지 옮겨간다는 것을 <지구에서 한아 뿐>을 보고 알고 있었지만 

상상이 미치지 못했던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보며 그녀의 정체성에 대해 의심이 생겼달까요. 

지구에서 만의 이야기를 담은 (죽음을 다루긴 했지만요) 평범한 이야기에 감명을 받은 한 사람으로서,

"이 작가는 이런 류의 글을 쓸 거야."라고 미뤄 짐작했던 예측이 대차게 엇나가 버렸거든요.

읽기를 멈추고 책을 뒤로 넘겨 수록지면을 살펴봤습니다.

 

 

 

'과학동아'에 일차적으로 놀랐습니다.

소설가가 무슨 과학동아인가, 의아했습니다.

그 후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이 보였고 바로 검색해봤습니다.

크로스로드, 판다플립, 엔솔로지, 웹진 <거울>... 

 

크로스 로드는 '아시아 태평양 이론 물리 센터'의 웹진.

판다플립은 소설 서비스.

엔솔로지는 특정 주제를 놓고 여러 사람이 쓴 글을 엮은 책. 

웹진 <거울>은 환상 문학 (판타지나 SF 등 ) 

 

 

소설들의 이력을 쭉 살펴보니 이제야 정세랑 작가가 좀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정세랑 작가는 스스로 장르문학 출신이라고 말합니다. 

장르문학 
무협,추리,SF,판타지 등 특정한 경향과 유형에 입각한 문학. 
대중의 흥미와 기호를 중시하는 점에서 순수 문학이나 본격 문학과 상대되는 대중문학으로 분류된다.

 

뿌리가 장르문학에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흥미롭고 재미난 소설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의 차이가 뭐길래 구별을 짓나 싶어 순수문학의 정의도 찾아봤습니다. 

순수문학(본격문학)
철학이나 사학 따위를 포함한 넓은 의미의 문학 
예술적 가치를 추구하는 문학. 사상, 주의를 다루지 않으며 흥미 위주의 통속 대중문학과도 구별된다.

 

아하, 그랬군요. 

저는 일반 대중이라 흥미로운 통속 대중문학이 재미있고 읽고싶어지나 봅니다.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잠시라도 현실을 잊을 만큼, 그러니까 <시선으로부터>의 정세랑 작가의 표현에 의하면 책 속에서 머리를 통째로 담궈 흔들어버릴 이야기가 필요하거든요. 

특히나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는 말이죠. 

 


제가 제일 재미있게 읽었던 단편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 <리셋> 입니다. 

 

줄거리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온 거대한 지렁이들에 의해 지구의 모든 것이 리셋이 되는 이야기.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거대한 지렁이들이 내려와 온 문명과 지구를 쓸어버렸습니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눈에 영상이 펼쳐지는 것 같았어요.

그 장면서에서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 떠올랐습니다. 

왜 하필 지렁이일까, 굉장히 궁금해하며 읽었는데요. 

지렁이만큼 지구에 유해한 생물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니 이걸 어떻게 끝내려고? 이 시작을 어떻게 설명하려고?"

궁금해 미치겠는 마음으로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느무느무 재미있었어요. 

 

단지 몇 권의 책을 읽은 것으로 많은 것을 판단할 수 없지만 정세랑 작가님의 책은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세계관이 일정 하달 까요. 

작가님이 추구하는 세상, 관심, 말하고 하는 메시지가 동일해서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듯합니다. 

파괴되어가는 지구를 바라보는 안타깝고 속상함, 자연과 환경을 품을 마음, 연약한 사람과 여성의 이야기 등

누군가는 '에코 페미니즘'이라고 설명하더라고요.

무해한 느낌, 무해한 사람들이 나오는 무해한 세상을 바라는 무해한 작가님의 바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아! <모조 지구 혁명기>에서는 <지구에서 한아 뿐>에서 잠시 등장했던  모조 지구, 고양이 인간, 천사, 그곳에서 사는 인간의 존재 등 동일 인물들이 등장해서 진심으로 반가웠습니다. 

그래서 더 그녀의 이야기들은 엮여 있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단순한 캐릭터가 아닌 '정세랑 월드'에 살고 있는 살아있는 생명체랄까요. 

앞으로 언제고 또 다시 그녀의 또 다른 책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울 것 같아요. 

 

 

 

저는 생각이 복잡한 사람은 복잡한 인물의 이야기가 나오면 한 없이 같이 빠져들게 되고, 감정이입하게 되고, 현실 복귀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소설을 멀리하기도 했었고요. 

정세랑 작가님의 책은 한 인물의 고뇌, 빠져나오기 힘든 깊은 감정, 복잡한 사고의 흐름이 보이지 않아서 읽기가 편합니다. 

'작가의 글' 속에 있는 글을 보니 그녀의 글이 산뜻하게 다가온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개인의 안쪽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관계, 관심이 바깥으로 향해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정 반대의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하잖아요.

그녀의 소설은 안으로 향해있는 저의 시선을 바깥으로 돌릴 수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산뜻한 마음으로 책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세랑 작가님의 책을 읽다 보면 '이 사람은 참 편견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나이도 성별도 정체성도 모호한 사람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꾸려 나가거든요. 

그렇게 때문에 확장성 있는 환상문학이 가능하겠죠. 

분명히 주인공이 남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면 아니라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읽기도 여러 번이었어요.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편견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과 생각의 용량을 좀 더 넓히고 싶어 졌어요. 

 


정리하겠습니다. 

1. 8권의 단편을 묶은 단편집입니다. 
2. 내가 읽고 있는 책이 과학 책인지 소설인지 헷갈릴 수도 있어요. 
3. 읽었던 정세랑 작가의 다른 책 속의 인물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4. 재미있습니다. (소설은 재미있기 때문에 읽는다고 생각해요)

 

포스팅을 하다 보니 정세랑 찬양 포스팅이 된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어요, 덕후의 기본 자질이랄까요. ㅎㅎ 

 

아무래도 정세랑 작가의 책들에 대한 포스팅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책, 즐겁게 같이 읽어요. 

즐거운 독서 생활, 함께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