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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생활

좋아하는 마음이 우릴 구할거야, 노잼시기 극복 추천 책

1년 전 덕질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뒤늦은 덕질의 세계에 빠져든 후 행복과 함께 불안이 찾아왔습니다. 

나이 들어 덕질하는 나를 어떻게 볼지 주변의 눈치가 보이고 정신없이 빠져드는 제 모습에 스스로 무섭기도 했고요. 

의지적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억지로라도 끊어내야 할지 계속 가지고 가도 될지 고민할 무렵, 이 책을 만났습니다. 

 

" 덕질의 즐거움 " 

 

이라도 표지에 떡-! 하니 적혀있는 문구가 흥미를 자극했어요. 

다른 덕후는 어떤 마음으로 덕질을 하는지, 항상 좋지만은 않은 덕질의 고통을 어떻게 다루는지 너무너무 궁금했거든요.

이 책을 쓴 작가라면 제 마음을 이해해 줄 수 있을 거라 믿어졌습니다.  

사랑스러운 제목도, 표지도 흥미를 자극했고요. 

 

저는 새 책을 구입해 읽은 후 중고서점에 다시 파는데요.

이 책은 소장하고 싶어 다시 팔 책 목록에서 뺐습니다. 

저는 좋아하는 마음에 알 수 없는 죄책감을 느끼는 편이라 언젠가 좋아하는 마음이 힘들어질 때 꺼내 읽고 싶었거든요. 

4월에 구입해서 읽었고, 이번에 두 번째로 다시 꺼내 읽고 후기를 써요. 

최근에 좋아하는 마음이 힘들어 졌거든요. 

한 문장 한문장 읽어가며 팔지 않기를 잘했다며 셀프 칭찬했답니다. 

 


 

 

지은이 : 정지혜 
그림 : 애슝 
가격 :13000원 

 

<정지혜 작가님 >

작가님은 '사적인 서점' 대표이신 정지혜 님이세요. 현재 '교보문고'에서 한 사람을 위한 책 처방하는 서점을 운영하신답니다. 

고객과 대화 후 적절한 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가이드하는 신개념 서점이에요. 

이 책을 통해 작가님의 팬이 된 저는 언제고 꼭  방문하려고 작정하고 있답니다. (거리가 먼 지방러는 웁니다 ㅠㅠ)

또 다른 쓰신 책으로는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가 있습니다. 

 

 

<애슝 님>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쓰고 그린 책으로 '페페의 멋진 그림', '스테레오, 문장 수집가', 'Short cut' 이 있습니다. 

정지혜 작가님 라방으로 한 번 뵈었는데 그림처럼 사랑스러운 분이세요. 

덕질 좀 해 본, 좋아하는 마음을 소중히 여기시는 분이셨고요. 

정지혜 작가님을 사랑하는 애슝님의 개인적인 마음이 책 안에 일러스트 곳곳에 스며 있어요. 

표지 속에 다람쥐는 다람쥐 닮은 꼴 정지혜 작가님이고, 윤슬이 비치는 호수도 작가님이 군산에 계실 때 하루치의 산책을 하시던 호수를 그리신 거라고 해요. 

 

 


 

 

"책에 장난을 친건가 "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들었던 생각이었어요. 

보통 책이라 하면 이렇게 물결무늬 문장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잖아요. 

'좋아하는 마음이 우릴 구할 거야'는 책장을 넘길수록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흥미로운 책이에요. 

처음에는 놀란 마음으로, 읽어가면서는 신선한 느낌으로, 책을 덮을 때는 책의 사랑스러움에 모든 것들이 제법 잘 어울린다는 감상으로 마무리되었지요. 

 

 

 

 

'걸음'이라는 표현도, 물결무늬 목차도 낯설죠?

형식이 독자들에게 조금 낯설뿐 틀리거나 잘못된 것은 아니니까요. 

이런 독특함이 귀엽게 다가와요. 

 

 


 

표지에 떡 하지 씌여있는 "덕질의 즐거움"이라는 멘트 때문에 덕질과 관련된 내용만 있는 줄 았았는데 큰 오해였어요. 

덕질을 매개체로 작가님의 삶을 점철해 온 "좋아하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저는 그 포인트가 더욱 좋았고요. 

'좋아하는 마음'에 솔직하게 반응하고, '좋아하는 마음'에 이끌려 책과 관련된 삶을 살고 있는 인간 정지혜의 이야기예요. 

저는 좋아하는 마음에 죄책감을 느껴왔기 때문에 이토록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에 용기를 내며 살아온 작가님이 신기하고 아주 많이 부러웠습니다. 

'좋아하는 마음'도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재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작가님 본인은 스스로의 재능을 창작이 아닌 좋은 문장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책 곳곳에 본인이 발견하고 찾아낸 반짝이는  문장들을 숨어 있어요. 

 

나는 우리 삶에 생존만 있는 게 아니라 사치와 허영과 아름다움이 깃드는 게 좋았다. 
때론 그렇게 반짝이는 것들을 밟고 건너야만 하는 시절도 있는 법이니까.
- 김애란 '잊기 좋은 이름'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단정 지어버리는 순간 세계는 멈춘다.
- 쇼코 유지 ' 아무도 없는 곳을 찾고 있어'

 

영화나 음악이나 공연이나 그리고 책을 읽는 것은 자신의 세계에 '난간'을 만드는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마스다 미리 '오늘의 인생' 

 

폭력이란, 어떤 사람/사건의 진실에 최대한 섬세해지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데서 만족을 얻는 모든 태도.
- 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BTS 지민과 관련이 있다는 다람쥐의 벙거지 모자 

 

창작에 재능이 없다고 하셨지만 저는 작가님의 문장도 참 좋았습니다.

따로 적어 둔 문장 중에 작가님의 문장도 많거든요. 

 

행복해지는 방법은 간단해요. 
좋아하는 걸 더 자주 하고, 싫어하는 걸 덜 하면 됩니다. 
p. 85

 

고집 세고 편협한 우리를 이토록 쉽게 설득할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일 거예요.
p. 97

 

 이따금 제 인생이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마음을 다해 좋아했을 뿐인데, 그것들이 지금 제가 발 딛고 서 있는 세계를 가득 채우고 있으니까요.
p. 31

 

나는 계속해서 이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으니 내가 낼 수 있는 힘껏, 목소리를 높여 응원하는 일을 주저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요. 
p. 97

 

자신이 행복해지는 법을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지식이나 지혜를 가진 사람보다 더 큰 걸 가지고 있다.
p. 154

 

덕질을 해 본 사람이라면, 좋아하는 마음에 이끌려 본 사람이라면 분명 공감할 수 있는 문장들이에요. 

그리고 사랑하고 사랑받을 줄 아는 사람의 이야기고요. 

 

아!

문장뿐만 아니라 책 추천도 해주셨는데요.

<봄에 나는 없었다>와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라는 책은 저도 킵해놓았습니다. 

 

 


 

이 책에서 배운 '좋아하는 마음', 덕질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1. 가장 주요한 것은 삶에 균형, 발란스를 맞출 것

 

일도, 사랑도, 그 어떤 것도 한쪽으로 기울면 문제가 생기잖아요. 

아무리 유익하고 좋은 것이라도 과하면 탈이 나기 마련이죠. 

누군가를 사랑해서 괴로워 본 경험을 가진 분이라면 공감하실 거예요. 

 

작가님은 좋아하는 마음을 평생 쫒아 온 분이셔서 건강한 덕질에 대한 노하우를 아는 분이셨어요. 

일과 덕질과 산책, 이 세 가지로 삶의 균형을 맞추는 것. 

그래야 넘치지 않게 적정 선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2. 지지해주는 사람들을 곁에 둘 것

 

덕질을 하는 대상에게 모든 애정을 오롯이 쏟아 붓기만 하면 금세 지쳐버리고 맙니다. 

작가님은 자신을 사랑해주고 지지해주고 일상을 함께 살아내어 주는 분들과 함께 였어요. 

덕질이라는 환상의 영역에서 언제든 현실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맞아요, 그래야 현타가 오더라도 안전한 일상에서 오는 안정감을 기반으로 덕질을 즐길 수 있어요.

내 일상이 외롭고 초라하다면 내 덕질의 대상이 행복한 모습을 볼 때 되려 괴로워질 수 있어요. 

 

3. 현생을 열심히 살 것. 

 

본인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덕질을 할 때 그 희열. 

일도 포기하고 올인하면 현타가 왔을 때 충격 감이 어마무시할 거예요. 

시간을 아껴 쪼개가며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오는 기쁨이 더 크잖아요. 

 

 

4. 언제든 옮겨갈 수 있음을 기억할 것 

 

사랑은 변하지 않죠, 움직일 뿐. 

덕질의 대상은 언제고 변할 수 있고 움직여질 수 있습니다.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끼거나 속상해하지 마세요. 

옮겨가면 옮겨 가는 대로 사랑하면 되고, 희미해지는 것 또한 감정의 정상적인 반응이니까요. 

덕질도 결국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좋아하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여 보세요. 

 

 

 


 

작가님 덕질의 대상은 BTS의 지민이에요. 

어떤 덕통 사고로 아미가 되었는지도 상세히 적혀 있고요.

몇몇 곡의 가사와 얽힌 이야기도 있어요. 

저는 아미는 아니지만 책에서 소개해 주신 곡들을 다 찾아들어봤어요. 

왜 BTS가 많은 이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겠더라고요. 

Special Thanks to로 특별히 언급한 만큼, 어쩌면 이 책은 방탄에서 보내는 작가님의 호흡이 긴 팬레터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에디터님들의 좋아하는 것들이 수록된 부분도 저는 참 좋았습니다. 

각자가 좋아하는 것은 다르지만 좋아하는 것들이 주는 기쁨으로 우리 일상이 반짝이는 것은 같으니까요. 

 

 

< 추천합니다 >

1. BTS의 덕후라면 
2. 덕질이 힘들어진 덕후라면 
3. 덕후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3. '좋아하는 일'에 죄책감을 느낀다면 
4. 최근 '좋아하는 일'이 어렵다면 
5. 사랑스러운 에세이가 필요하시다면 

 

우리는 서로 많은 응원을 주고받아야 하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에도 말이죠. 

많은 분들 세상에서 가장 큰 힘, '좋아하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보고 듣고 나누며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