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생활

표지만큼 강렬한 장르소설, <덧니가 보고 싶어> 장편소설추천

판타지 + 스릴러 + 로맨스 
< 덧니가 보고 싶어 >

 

정세랑 작가님의 장편소설, <덧니가 보고 싶어>를 가지고 왔습니다. 

이번 책도 전혀 사전 정보 없이 읽었습니다.

표지가 강렬한 색감에 키스 장면이라는 원초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는 탓에

작가님 특유의 판타지 로맨스가 아닐까 예상을 했는데요. 

웬걸요, 저의 예상은 대 박살이 났습니다. 

아,  판타지 로맨스가 포함되어 있지만 더 거대한 것이 있었으니! 

 

"꼬리에 압사당했다, 찍."에서 이미 눈치를 챘어야 했어요. 

 

 

 

< 책 정보 > 
지은이 : 정세랑 
출판사 : 난다
총 매수 : P. 222
초판 4쇄 발행 
가격 : 13,000원

 


장르 문학 

장르문학 : 추리, 무협, 판타지, 에스에프 등 특정한 경향과 유형에 입각한 문학. 

              순수 문학과 상대되는 대중 문학. 

 

장르 문학이 궁금하신 분이 있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한 권의 장편이지만 아주 짧은 단편의 장르 문학들이 무수히 수록되어 있습니다. 

저는 아직 장르문학 새내기라 엄청난 장르문학들의 폭격을 맞으며 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웠는데요.

신비롭고 새롭고 신선하고 풍부한 상상력에 혀를 내두르게 되는 놀라움이 그 안에 있어요. 

무려 8편의 단편이 말이죠. 

 

< 작품 속 단편들 >

1. 시공의 용과 열다섯 연인들 

2. 늑대 수에 팔을 두고 왔지

3. 해피 마릴린

4. 러브 오브 툰드라

5. 닭 발은 창가에 

6. 물고기 왕자의 전설

7. 항해사, 선장이 되다 

8. 나랑 시합을 할래?

 

줄거리 

 

예쁜 덧니를 가진 장르물 작가 '재화'가 헤어진 연인 용기를 떠올리며 썼던 단편들을 모아 탈고하는 과정 중

'용기'의 몸에 작품 속 문장이 문신처럼 나타나고. 

스토커의 위협을 느끼던 '재화'가 가장 친한 친구 '선이'의 결혼식 날 사라지는데... 

 


 

 

책 속의 책, 단편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요.

인상 깊었던 작품  < 물고기 왕자의 전설 >입니다.

 

귀 뒤에서 턱을 따라 새기는 아가미 문신은 오아시스의 전통으로 열네 살, 성인식을 치르고 얻을 수 있는 표식이다. 

물고기 왕자의 시대가 오면, 사막이 물로 가득 넘쳐 날 것이라는 예언이 전해 지고 있어 왕자의 백성들은 아가미 문신을  새겨야 한다. 

그들의 전통에는 물고기를 먹지 않는 금기가 있었다. 

소년은 오아시스 전통에 따라 아가미 문신을 새겼다. 채 아물지 않았다. 

평화로운 오아시스에 주변에 큰 나라의 침입이 있었고 겨우 도망쳐 나온 소년은 바다로 걸어 들어갔다. 

 

 

"미안해"

그것은 소년이 소녀에게 처음으로 한 사과였다. 

소녀는 파도에 자꾸 뒤로 밀렸다.

소년의 아가미 문신이 완전히 잠겼다. 

소년이 완전히 잠겼다. 

소녀가 울며 가파른 길을 되짚어가고 있을 때였다. 

소년이 잠긴 자리에서, 사막보다 거대한 파도가 솟아올랐다.

아직 모두 잠들어 있었기 때문에 소녀만 보았다. 

본 적 없는 거대한 파도가 사막으로 가는 것을.

 

 

 

이 문장이 좋아서 한참을 들여다봤습니다. 

 

 


 

저는 주인공 '재화'에게 굉장히 많은 감정이입이 되었습니다. 

여성이 가지고 있는 위험에 대한 두려움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거든요. 

특히나 독립 후 혼자 살아가고 있는 여성의 두려움이요. 

저도 혼자 자취를 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와 닿는 두려움이었어요.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 

우편물이 뜯어져 있고

집에 오는 것이 무서워 밖에서 돌다 겨우 돌아오는 두려움,

거리의 모든 것들이 자신을 해치려들 지도 모른다는 느낌,

집 안에 누군가가 있는 것 같은 느낌,

누군가가 계속 따라오는 것 같은 불안함,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도움의 한계에 부딪치는 현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혼자 살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막막한 감정. 

 

"안전하기 위해 연애를 선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문장이 마음을 찔렀어요.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거든요. 

연애가 행복이고 기쁨이 아니라 생명의 위협으로부터, 생명 보존을 위한 수단이라니. 

너무 슬프잖아요. 

 

 


 

사실 저는 엄청난 쫄보라 스릴러, 공포 이런 류의 장르는 잘 보지 못해요. 

다른 사람들은 귀여운 젤리가 나오는 판타지라고 말하는 정세랑 작가님의 '보건교사 안은영'도 보다 무서워서 비 많이 오는 장마철에는 읽지도 못할 만큼요. 

 

그래서 이 책은 좀 무서웠어요. 

재화에게 많은 감정이입을 하고 공감하고 있어서 더 무서웠던 것 같아요. 

생활과 밀접하게 느껴져서 더 욱요. 

갑자기 스릴러로 빠질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제가 유난히 긴장하고 무서운 것을 못 보기 때문일 거예요. 

아마 보통 한국영화 정도 아무렇지 않게 보시는 분들에게는 무리가 없을 겁니다. 

 

 

< 추천합니다 >
1. 장르문학이 궁금하신 분
2. 판타지 좋아하시는 분 
3. 정세랑 작가님의 덕후라면 

< 주의 >
스릴러, 공포물 잘 못 보는 저 같은 쫄보 시라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잠을 못 잘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