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생활

상 많이 받은 소설가, 김금희 작가의 감성소설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새로운 소설가를 탐험하고 있는 중입니다.  

정세랑, 이미예 작가님을 거쳐 김금희 작가님의 소설로 넘어왔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읽은 김금희 작가님의 첫 번째 책입니다.

정세랑 작가님의 책은 계속 읽어가는 중이고 

이미예 작가님의 책은 한 권뿐이라 

빠른 속도로 김금희 작가님의 책으로 곧 넘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책을 고른 이유는 

'이름이 주는 신뢰'입니다. 

수상한 상에 대한 신뢰이기도 하고요.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고

많은 상을 받은 이유가 분명히 있겠지 싶어요. 

모처럼 생긴 소설을 읽는 기쁨을

재미없는 소설을 읽으며 잃고 싶지 않거든요.

 


 

 

김금희 작가는?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너의 도큐먼트>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너무 한 낮의 연애>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

*중편소설 <나의 사랑, 매기>

*짧은 소설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수상경력 

2015년, 2017년 젊은작가상 

2016년 젊은작가상 대상 

신동엽문학상

현대문학상 

2020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2020 김승옥 문학상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에 대하여 

 

1판 1쇄 : 2019년 8월 30일 

1판 5쇄 : 10월 18일 

출판사 : 문학동네 

총 매수 : p 294

가격: 13,500원

 

<<차례 >>

1. 체스의 못 든 것 

2. 사장은 모자를 쓰고 온다 

3. 오직 한 사람의 차지 

4. 레이디

5. 문상

6. 새 보러 간다

7. 모리와 무라 

8. 누구 친구의 류 

9. 쇼퍼, 미스터리, 픽션 

 

이렇게 9개의 단편으로 엮인 단편집입니다. 

사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작가만 보고 책을 선택하고야 마는 저는 

장편을 기대하다 이렇게 목차를 보고 당황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책이 도톰해서 호흡이 긴 장편인 줄로만 알았거든요. 

 

짧은 호흡이지만 단편을 여러 편 읽다 보면 작가의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어서 

저처럼 작가 탐구 정신으로 소설을 읽는 사람에게는 단편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감상평 

 

김금희 작가님의 작품은 눈에 딱 들어오는 어떤 구절이 있다기보다는 

각 편마다 모든 등장인물을 아우르는 기본 정서가 있었습니다. 

 

"외로움" 그리고 

"관찰자의 시선" 

 

1.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을 바라본다든가 

2. 좋아하는 너를 바라보는 나의 감정 상태를 기술한다든가 

3. 화자는 나지만 다른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든가 

4. 상당히 어려운 상대를 좋아한다든가 

(성격이 상당히 괴팍하거나

위태롭고 거짓말을 즐겨하거나

본인도 자신의 감정을 어찌할 수 없는 사람)

5. 사랑을 이루기 힘든 상대를 선택한다든가 

동성을, 카페 주인이 아르바이트생을, 유부남이 아가씨를, 과거의 첫사랑 등) 

 

상호작용에서 오는 관계성보다는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관찰자의 입장에 둠으로서 

계속 연결되는 관계가 아닌 

끊어지고 정리되는 관계 

화자의 짙은 감정선!

혼자 외로운 정서가 짙게 깔려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인상적인 몇 편을  소개합니다. 

 

출처 - 픽사 베이 

첫 번째 단편 
"체스 

 

첫번째 단편이라 꽤 긴장하며 기대하며 읽었습니다. 

아무래도 첫 만남이니까요. 

 

내가 좋아하는 위태롭지만 멋있어 보이는 동아리 선배가 

독특한 성격의 후배에게 마음을 쓰는 것을 보며 허물어지는 감정선을 서술합니다. 

'프로 짝사랑러'라면 허벅지를 때리며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감정선이었어요. 

 

작가님 분명히 짝사랑해봤을 거야 

삼각관계에 놓여봤을 거야 

고백도 못해봤을 거야 

혼잣말을 수없이 뱉었고요. 

 

"왜 하필 이렇게 힘든 성격의 사람을, 

왜 하필 너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니? "

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수없이 외쳤고요. 

 

"셋이서는 체스를 둘 수 없고  기다가 나는 체스를 둘 줄 모르니까 국화와 자리를 바꿨다. 
그런데 그렇게 옆자리로 넘어가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소외 상태가 된다는 것을
엉덩이를 들어 옮기는 순간 느꼈다."  p 15

"그만하면 화낼 만도 한데 노아 선배는 이상하게 분노에 휩싸이지도 속을 끓이지도 않았다.
선배는 국화를 참아냈고 그렇게 선배가 참는다고 느낄 때마다 나는 마음이 서늘했다.
그 모든 것을 참아내는 것이란 안 그러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절박함에서야 가능한데 
그렇다면 그 감정은 사랑이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p 22

"국화는 그렇게 사과하는 선배를 뿌리쳤고 무언가를 간신히 참으면서 휙 나가버렸다. 
선배는 국화가 나가자 어깨가 축 처졌다. 
얼굴에 서서히 무거운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건 새파랗게 하늘이 좋은 어느 날 그늘 속으로 뛰어들었을 때
갑자기 닥쳐오는 한기 같은 것이었다." p 25

 

 

 

네 번째 단편 
"레이디"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10대인 나가,

노래를 잘하고 둔한 감수성을 가진 이웃집에 사는 동성인 유나를 좋아한다. 

유나의 가족과 지인들과 함께 캠핑을 가면서 유나와 성적 경험과 육체의 아픔과 무심한 유나의 행동에 상처를 받는 10대 소녀의 예민한 감정의 흐름이 아주 섬세하게 흐른다. 

 

 

"둘만 있으면 침울하고 우울한 정조를 만들면서 나란히 걷지 않고 몇 발자국 앞서 걸었다. 
그러면 유나는 어디가- 하고 소매를 잡아끌듯 물었고 
나는 묻는 말이 반가우면서도 대답을 않거나 혹은 어디가.라고 짧게 끊는 말로 돌려주었다." p 98

"바다라고 하면 언제나 그렇게 파도가 아닌 바람으로 구성된 공간처럼 느껴졌다. 
채워졌다기보다는 비워진 곳이었다." p102

"양손잡이인 내가 그런 묘기를 부릴 때마다 유나가 나의 손을 진기한 보물을 다루듯,
혹은 진기한 보물을 다루듯, 혹은 외계 행성에서 온 괴생명체의 실체를 살피듯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잡아서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보던 생각이 나면서 마음이 출렁거렸다."
p107

"얼마 후 나는 좀 거만하게 손을 내밀었는데 아이고 살았다, 
하면서 유나가 그걸 잡아 품에 안았다. 
그때 나는 아직 보름도 더 남은 바캉스가 벌써 시작된 기분이었다."  p108

"... 관광객들이 경쟁하듯 양동이를 들고뛰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유나는 자기도 뭔가를 잡아오겠다며 손을 흔들고 갔는데  그렇게 해벽의 벤치에 나와, 아까부터 조는 듯 아닌 듯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 앉아있는 노인만 남았을 때 나는 담요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었다."
p 125

 

 

여덟 편째 단편 
"누구 친구의 류"

 

화자는 '윤아'이지만 윤아가 말하는, 실직적인 주인공은 남편 '윤'의 쌍둥이 동생인 '현경'이다. 

종교 생활과 쇼핑만으로 이어지는 부유한 삶을 사는 현경이 뷔페에서 한 택배 배달부를 만나면서, 

월급 50만 원이 지급되는 일을 하게 되면서 바뀐 공기를 알아채는 윤아가 

현경과 현경의 첫사랑이었던 가난한 '류'의 이야기를 전한다. 

 

"아무리 계산해도 현경의 남편 말마따나 수지가 맞지 않는 일이었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현경의 얼굴에서 어떤 빛,
그간은 보지 못했던 다른 결의 빛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더 정확히는 빛의 산란 같은 것이었다.
일방향성이 깨어지면서 뭔가 수런거리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현경과 류가 헤어질 때 현경이 류에게 남긴 메모 
"너를 잃는 오늘이 앞으로 내게 남아있는 남들 중 그나마 가장 행복한 날일 거야" 

 


 

단편만으로 김금희 작가의 모든 소설을 넘겨짚을 수 없을 겁니다. 

어떤 인간의 깊은 외로움과 감정을 표현하는 소설보다는 

재미있고 읽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산뜻한 소설을 찾았던 저에게는 조금 무겁지 않았나 싶어요. 

 

외로움의 정서를 잊고 싶은데 

소설 속에 등장하는 외로운 사람들 덕분에 좀 더 외로워졌달까요. 

 

그래도 단편만으로, 책 한권으로 한 작가의 모든 작품세계를 전부 이해할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김금희 작가님의 장편 소설도 찾아 읽어볼 것 같습니다. 

 

상할수록 더 진하고 달콤한 향을 내는 무언가가 있다고 
마음이 다치는 과정을
미화할 생각은 없지만 
상처를 들여다보는 사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진실, 깨달음, 아름다움, 서글픈 환희를 발견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 ' 작가의 말'에서 

 

 

저의 외로움을 충분히 건드릴 만큼 김금희 작가의 글은 섬세하고 예민합니다.

작가의 말을 통해 할 수 있듯이 

상처를 통해 성장하고 단단해진 그녀의 작품세계일 거라 추측합니다. 

글을 쓰며 그녀는 더 치유받으며 행복 해졌겠지요.